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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즐거움: 책 리뷰/어른

[책 리뷰, 책 추천]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 / 김영하-여행의 이유

2019.04.17

김영하-여행의 이유

별점: 4개

 

여행의 감각을 일깨우는 소설가 김영하의 매혹적인 이야기 『여행의 이유』. 꽤 오래전부터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던 저자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최근의 여행까지 자신의 모든 여행의 경험을 담아 써내려간 아홉 개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지나온 삶에서 글쓰기와 여행을 가장 많이, 열심히 해온 저자는 여행이 자신에게 무엇이었는지,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지,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고, 여행의 이유를 찾아가며 그 답을 알아가고자 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2019년부터 지금까지 핫한 여행의 이유! 읽어봐야지 했는데 이제서야 완독을 했다. 책도 생각보다 두껍지 않았고 에세이 형식으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셔서 금방금방 읽혔다.

 

인상 깊은 구절 TOP3

 

호텔에선 언제나 삶이 리셋되는 기분이다. 처음 들어설 때도 그렇고, 다음날 외출하고 돌아올 때도 그렇다. 호텔은 집요하게 기억을 지운다. 이전 투숙객의 기억은 물론이거니와 내가 전날 남겼던 생활의 흔적도 지워지거나 살짝 달려져있다.

(p.88)

-> 내가 호캉스를 가고 싶은 이유. 내 책임을 모두 벗어 던지고 그냥 푹 쉴 수 있는 공간이라서.

깨끗하게 각 잡혀있고 나에게 새로운 공간이라는 점도 참 좋다.

그러고보니 호캉스를 한 번도 못 가봐서 너무 아쉽다. 올해는 기필코 호캉스에 가서 푹 쉬다가오리!!

 

여행지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여행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사회적으로 나에게 부여된 정체성이 때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p.231)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나를 모른다. 내가 어떤 성격인지, 어디에 사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래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 것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의 나는 무료해서,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해서. 나를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그냥 떠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기 위해 여행을 하면서 나의 새로운 면을 만들고 싶다.

평소에 나는 내 의견도 적극적으로 표현 못하는 멍텅구리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행지에서는 적극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게 또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 라고도 말할 수 있다. (p.258)

 

->여행은 하면 할수록 또 가고 싶다. 일상을 견디면서 여행을 떠날 힘을 얻는걸까, 아니면 여행을 통해 일상을 견디는 힘을 얻는걸까.

여행은 나를 설레이게 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계획을 세우며 그 곳에 있는 나를 상상한다. 여행은 정말 신난다.

 

김영하 작가가 말하는 여행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여행을 통해 나를 찾는다고 표현하지만, 나는 김영하 작가가 말한 내가 누구인지 잠시 잊어버리러 간다는 것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현실의 나는 너무 팍팍하고, 우울하고, 무기력하다. 요즘은 더 그렇다. 새로운 것을 찾고 싶고 나의 의무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설레고 기분 좋았다. 여행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